영화 교섭(The Point Men, 2023) 리뷰 "없어도 무방한 액션, 충분히 못살린 교섭"
영화 교섭(The Point Men, 2023) 리뷰
"없어도 무방한 액션, 충분히 못살린 교섭"
- 실화('07년 샘물교회 선교단 아프간 피랍사건)를 차용하여 리얼리티를 가미한 액션, 스릴러
- 임순례 감독 연출, 황정민/현빈 주연(2023년 1월 개봉작)
- 빠져도 스토리에 영향이 없는 액션, 교섭의 치열함은 실종되어 아쉬운 작품
들어가며 : 영웅 vs 교섭 vs 유령 뭘 봐야하지?
지난 주 슬램덩크 더 퍼스트를 이미 본 나로서는 와이프와의 명절연휴 데이트에 어떤 영화를 볼지 큰 고민에 빠졌다. 개인적으로 가장 존경하는 위인 안중근을 다룬 뮤지컬 원작의 영화 '영웅'을 볼 것인가, 연기력 하나로 GOAT의 자리를 차지중인 황정민의 실화기반 액션 스릴러 영화 '교섭'을 볼 것인가, 아니면 오징어게임으로 빵 떠버린 (박)해수 형님과, 설경구, 이하늬, 박소담 등 단체로 캐스팅을 해버린 영화 '유령'인가?
물론 관객수는 차곡차곡 올리고 있지만 윤제균 감독 특유의 한국식 영화가 잘 안맞은 나머지 영화 영웅을 뒤로한 채 영화 교섭에 개인적으로 관심을 가지게 된 포인트는 세 가지가 있다. 무려 세가지나...
첫 째는 캐스팅이다. 손예진의 그, 현빈이 나오기도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황정민(男) 배우의 경우는 달콤한 인생, 아수라의 악역으로부터 영화 베테랑, 공작, 국제시장 등 선역에 이르기까지 연기력으로 설득해버리는 배우란 점에서 최소한 실패하지 않을 것 같다는 보험 느낌으로 고려를 하게 되었다.
둘 째는 실화기반의 주제이다. 개인적으로 역사나 실화에 관심이 많은 편인데 '21년 미군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철수하며 순식간에 아프가니스탄 정부가 탈레반에 정권을 빼앗긴 지금도 현재진행형인 주제인지라 관심이 갔던 부분도 있다.
마지막으로 교섭이라는 타이틀이다. 교섭이라는 제목을 통해 23명의 인질이 잡혀있는 절대적으로 불리한 교섭의 상황에서 어떤 지혜와 협상력으로 그들의 마음을 돌이켜 소중한 국민을 살려서 데려올 것인가가 관건인데, 총과 칼이 쓰이지 않더라도 관객의 마음을 쥐었다 폈다한 교섭만의 서스펜스가 나올지 기대기대!!
현실에서도 외교나 통상 분야에서 상대국가로 부터 무언가를 얻어내거나 못하게끔 치열한 교섭과 협상은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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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기대만큼의 재미가 있었을지... 영화를 차차 뜯어보기로 하자!
영화 교섭 관람 포인트 : 실화('07년 샘물교회 선교단 아프간 피랍) 기반의 액션/스릴러 극
영화는 아프가니스탄에 선교 봉사를 간 교인 23명이 탈레반에 피랍되고 이동중이던 버스는 불태워지면서 시작된다. 그리고 외교통상부 차관(정재성 분)과 함께 교섭관으로 파견되는 실장급 외교관 정재호(황정민 분)이 등장하고, 파키스탄 감옥에 수감되어있던 중동 정세에 밝은 박대식(현빈 분)이 아프가니스탄으로 발령되며 벌어지는 이야기이다.
탈레반의 요구사항은 아프간 감옥에 수감중인 탈레반 반군을 석방해 달라는 것, 아프간 정부와 국민 입장에서는 탈레반 반군을 풀어준 다는 것은 굉장히 민감한 문제라 불가능에 가까운 사안인데 과연 아프간 정부 또는 탈레반의 교섭조건을 잘 맞춰가며 국민의 생명을 지켜낼 수 있을지가 이 영화의 주제이다.
딱 보아도 황정민 배우님이 인질을 살려야 하는 교섭관의 고초와 고뇌를, 국정원 특수요원으로 분한 현빈 배우님이 액션을 보여주며 차가운 이성과 뜨거운 액션 사이 브로맨스를 보여줄 것 같지 않은가...?
영화를 관람 후 내가 생각해 본 이 영화의 장점은 '배려'와 '무난함'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먼저 '샘물교회 선교단 피랍사건'이라는 실화 기반으로 서술하다 보면 '거길 왜 가서 이런 피해를 끼쳤느냐'라며 선교단을 빌런으로 만드는 게 제일 쉽게 갈 수 있는 서사의 방식일텐데 종교와 잘잘못 여하를 떠나 국민은 보호해야 하는 대상으로 안고가는 점은 특정 종교를 적대시하거나 비난하지 않는 현명한 전개방식이었다고 평가하고 싶다.
또한 아프간, 이라크 등지에서 일어난 피랍사건을 그려나가며 만나게되는 두 번째 유혹은 소위 '고문 포르노'라고 부를만한 피해자가 겪는 고통에 대한 적나라한 묘사의 유혹이다. 불필요하게 자세한 묘사는 관람객과 희생자나, 가족들에게 2차 고통을 줄 수도 있는 만큼 피랍자가 희생당하는 과정에 대해 지나친 묘사는 적절히 피해가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러한 배려넘치는 전개방식은 임순례 감독이었기 때문에 가능한게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랬기 때문에 23명이 납치되고 2명이 사망한 역대 초유의 피랍사건을 다룸에도 12세 관람가 등급을 받으며 실화 기반이라는 드라마, 현빈의 액션, 황정민의 스릴러, 강기영의 긴장해소/유머를 종합선물세트처럼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무난한 액션/스릴러 극이 나왔다는 점에서는 장점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총평 : 없어도 무방한 액션, 충분히 못살린 교섭 … 별점 두개(★★)
개인적으로는 이 교섭이라는 영화 프로젝트는 감히 50점 짜리 기획으로 생각한다.
비유하자면 안전빵(대중성)을 고려한 나머지 동대문엽기떡볶이를 만들어야 하는데 어린이 맛을 만든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물론 궁중떡볶이 로제떡볶이 간장떡볶이라는 선택지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떡볶이는 매운걸 기대하고 찾는 음식인데 손님의 혀가 아플까봐 캡사이신은 커녕 고춧가루도 아낀 느낌이랄까?
교섭이라는 영화 제목과 샘물교회 피랍사건 모티브라는 정보를 갖고 영화를 관람하는 관객들의 기대치를 생각했다면 종교 근본주의 테러집단(탈레반)과의 교섭이라는 테마를 통해 차갑지만 치열한 정치싸움을 보여주거나 전세계의 화약고이자 제국주의의 무덤인 아프간의 카오스를 충분히 보여주었어야 한다.
하지만 이 영화가 관객의 108분을 소비한 방식 중 일부는 사실 없어도 전개에 무리가 없는 내용이라 교섭이라는 제목에 대한 관객의 기대는 충분히 해소되지 않는 느낌이었다. 중간에 탈레반과 거래할 수 있는 브로커를 만나고 현빈이 이를 추적하는 액션에 필요이상 할애하고 있고, 탈레반 아지트에서 벌어지는 교섭 씬도 딱히 준비된 교섭카드는 없이 미국한테 죽고 싶지 않으면 흥정에 응하라는 수준 이상도 이하도 아니어서 교섭에 응한 탈레반도, 교섭을 성공시킨 교섭관도 둘 다 바보가 되는 결론이 되고 말았다.
아쉽지만 아직까지 장르물의 저변이 넓지 않은 한국일지라도 더 드라이하고 차갑게 액션보다 서늘한 교섭을 만들었다면 더 좋은 작품성은 물론 흥행에도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황정민의 전작인 공작만 하더라도 전반적인 내용이 사업가로 위장하고 북한에 들어가며 겪게 되는 스릴러 위주로 억지로 넣은 액션이나 유머가 없음에도 600만 가까운 흥행을 했던 만큼 안전빵의 공식을 내려놓고, 무난하게 가기위해 선택했던 것들을 오히려 비워냈다면 어떨까 하는 상상을 해본다.
이러한 일장일단을 가진 영화 교섭의 평점은 별 두개(★★)를 드리려 한다.
없어도 전개에 무리가 없는 액션, 교섭의 치열함을 담는덴 아쉬웠던 평작 액션/스릴러로 기억될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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