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만한 한국 영화 돈(Money, 2018) :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가 되지 못한 여의도의 개들(돈 영화, 국내 영화, 한국 영화)
한국영화 돈(Money, 2018)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가 되지 못한 여의도의 개들
(돈 영화, 국내 영화, 한국 영화)
미국에는 금융범죄에 대한, 특히 주식시장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가지고 묘사한 걸작영화가 많이 있습니다. 제 인생작기준으로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가 있고 또 빅 쇼트가 있지요.
한국에도 주식시장과 경제를 주제로 한 영화가 몇 나온 적 있긴 합니다.
박희순, 박용하 주연의 영화 작전이 있고, 최근에 나온 김혜수, 허준호, 조우진 주연의 영화 국가 부도의 날이 있었습니다.
오늘은 미국의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와 빅쇼트, 영화 작전을 오가며 간단히 영화 이야기를 하며 마치려고 합니다.
- 영화 돈, 그 줄거리가 무엇이기에?
류준열, 유지태, 조우진 주연. 박누리 감독 연출, 한재덕·윤종빈 제작의 영화 돈은 충무로의 대세 류준열 주연에 주식시장이라는 비교적 신선한 주제의 영화라서 많은 기대를 받고 있습니다.
고창 복분자 농장 아들 조일환은 신입 주식 브로커로 취업을 하게 되는데, 기업체 사장 아들인 동기보다 인맥이나 말빨에서도 밀리고, 직장에서도 사고를 치며 천덕꾸러기 신세가 된다. 그러던 중 동료 선배 유과장을 통해 주식시장 어둠의 큰 손 '번호표'의 은밀한 제안을 받게 되는데. 부자가 되고 싶었던 주식 브로커 조일환, 지금 벌이의 1,000배 그 이상을 벌게 해주겠다는 '번호표'의 제안을 받아들이며 벌어지는 사건이 이 영화의 핵심 줄거리이다.
- 영화 돈, 과연 재밌었나?
이 영화의 재미요소를 주제의식, 연출, 연기 순으로 구분해보고자 한다.
먼저 주제의식, 주제의식은 5점 만점에 2점을 주고 싶다.
이 영화의 핵심 주제의식은 '사람이 큰 돈을 벌면 향락에 빠지고, 자기를 잃어가며 끝내는 실패한다.'이다.
틀린 말은 아니다. 근데 2점을 준 이유는 이게 너무 클리셰이기 때문이다.
바로 서두에서도 언급하였던 영화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에서 이미 주식시장이 얼마나 부도덕한지, 그리고 큰 돈을 만지게 되면 향락에 젖어들고 끝내는 그 죄과가 밝혀지며 어두운 말로를 맞이하게 됨을 너무나 잘 그려낸 나머지 이를 넘지는 못한 것 같다. 주식시장이 얼마나 부도덕한지에 대해서 억지로 묘사를 하기위해 본부장(손종학 님)이 서두에 날리는 고객노무쉐끼들 돈 다 털어먹자는 식의 멘트는 너무 작위적이었다. 심지어는 주식시장에서 반칙을 해서 성공을 경험하게 되는 인물(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류준열) vs 이러한 부정을 밝혀내는 국가요원(카일 챈들러/조우진) vs 주식시장이란 이런 곳임을 알려주는 선배(매튜 매커니히/정만식) 등의 구조, 그리고 성공해서 조강지처(혹은 구여친)을 차버리는 구도까지 너무나 닮았다.
가장 큰 차이점이 어디서 나오는 가 하면 한국영화 돈에서는 너무나 우연적 요소로 주식시장 큰 손 '번호표'의 간택을 받고 눈 한번 딱 감고 부정을 저질러 성공했다는 점이다. 그에 비해 영화 더 울프 오브 월 스트리트의 주인공 조단 벨포트는 비록 페니 스톡(동전주)으로 불완전영업, 한마디로 사기를 친 셈이나 영업력 자체는 이미 만렙이라 그의 성공에 대해 납득이 안갈정도는 아니다.
영화 작전과의 공통점도 있는데, 나름 총명한 주인공 류준열(종목코드를 줄줄외움) vs 박용하(주식에 인생을 바쳐서 차트분석의 달인이 됨), 유지태(주가조작의 달인+살인교사범) vs 박희순(태생부터 깡패+증권에 발을 들여놓은 양아치)의 구도가 기시감이 있다.
연출면에서는 많이 아쉬운 부분이 있다. 사실 너무 진부했던 것 같다.
사실 주식에 대해 잘 몰라도 내용에 대해 이해가 어렵지 않게 풀어간 부분은 잘 한 점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연출면에서 신선함은 없었던 것 같다. 주식시장이라는 신선한 주제를 잡아놓고 어둠의 큰손의 비밀스러운 제안, 경제적 성취 때문에 인성 바닥침, 정의로운 국가요원은 잘못을 바로잡기 위해 뛰어다님, 큰 손은 이용가치가 떨어진 상대는 제거해나가는 잔인한 성격의 소유자로 너무나 평면적이다. 번호표는 이미 엄청난 수익을 남기고도 이 짓을 하는 이유가 마치 육식동물이 초식동물을 잡아먹는 것 처럼 주식시장에서 약한 기업들을 망치는 존재처럼 묘사가 된다. 단지 재미로 그런 금융범죄를 기획하고 벌인다기에는 다소 설득력이 부족했던 장면.
연기는 전반적으로 괜찮다.
그나마 영화 돈이 관객들을 그나마 설득할 수 있었던 이유가 바로 캐스팅과 연기 때문이다.
순수한 열정을 가진 초년생, 주말엔 내려가서 부모님 농사를 짓는 소탈한 모습의 초반부와 욕망에 불타 분노하고 욕지거리를 하는 후반부까지 다양한 성격의 변화를 잘 표현해 준 류준열 배우. 너무나 평면적인 악이지만, 어쨌던 극의 갈등과 긴장감의 한 축을 잘 맡아준 유지태 배우, 그리고 금융시장의 정의를 위해 발로 뛰는 조사관 역을 맡아준 조우진 배우는 충분히 제 몫을 한 것 같다. 그리고 약간의 양스러움을 잘 살려준 김민재 배우, 약자한텐 강하고 강자한텐 약간 약한 모습을 잘 보여주는 정만식 배우의 연기도 좋았다라고 한다면, 작중 사실상 유일한 여주인공 원진아 배우는 돈많은 남자한테는 다 꼬리를 치는 기회주의적 여성 캐릭터로 성적 이미지로만 소모가 된 점은 아쉽다. 그나저나 특별출연인 다니엘 헤니는 좋은역할만 맡네?
- 결론적으로는 70점정도의 가치의 영화
주식시장이라는 신선한 주제와 캐스팅(류준열, 유지태, 정만식, 김민재)까지는 긍정적 요소였지만. 맥빠지는 결말로 실망감을 준 부분은 좀 아쉬움이 남는다. 관객들에게 편하고 즐거운 엔딩을 선사하기 위해서 권선징악의 엔딩을 채택한 것으로 보이지만, 사실은 밀어붙이는 힘이 필요했지 않나 싶다.
영화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가 되려 했다면 주인공을 확실하게 나락으로 떨어뜨렸어야 했고, 빅쇼트가 되려 했다면 주식시장에 대한 디테일을 끌어올릴 필요가 있었다. 류준열이 갑자기 회개하면서 상황 바로잡으려고 한 순간부터 이미 이야기가 재미없어져 버렸고, 번호표가 살인교사 하고 다니면서부터 그냥 평범한 범죄물이 되어버린 점은 아쉬운 지점.
제대로 된 엔딩을 뽑아내려 했다면,
1. 19세로 했어야 한다고 본다. 그래서 조일환이 철저하게 쾌락에 빠지도록 해주었어야 했다. 클럽에서 골든벨도 울리고, 돈도 펑펑쓰고 했어야 했는데 너무 귀엽게 논 게 아닌가 싶을 정도의 심플한 묘사.
2. 그 다음에 조일환은 철저하게 파멸했어야 했다. 결국은 번호표와 손잡아서 나쁘게 돈벌었는데 마지막에 반성했다고 부자가 된 상태로 쭉 간다고? 사회 정의에 이게 부합하는 결론인가? 잘생긴 류준열이라서? 그건 좀 아닌 것 같다.
3. 금융시장에 대해서 디테일한 묘사가 있었어야 했다. 그냥 시킨대로 매수하고 매도하고 공매도 주식 사들이다보니 이게 왜 나쁜건지 딱히 이해되는 묘사들이 없다. 아예 베낄려면 빅쇼트나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 처럼 관객들에게 설명해주는 장치가 들어갔어야 한다. 이런면에선 차라리 영화 작전이 더 나았다. 검은머리 외국인이라던지 주식시장이 어떻게 장난질을 치는지에 대해서는 여기서 더 충실하게 묘사가 되었음.
4. 조일환의 능력을 보여줄만한 묘사가 필요했다. 단순히 시키는거 잘하고 종목 좀 외우고, 빠른손으로 주문을 잘 수행해는 것 만으로는 우리나라 인텔리만 간다는 금융권에대한 묘사가 부족한건 아닌지. 그렇다보니 그냥 돈많고 사악한 고객만나서 큰 돈만진 운좋은 캐릭이 되어버린점은 아쉬운 지점.
5. 결론 : 베낄꺼면 다 베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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